독서/역사, 신화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오귀환, 이강룡

머욤 2020. 6. 7. 00:21

 

역사는 지나간 과거를 문자로 남긴 것이다. 그 역사는 수천 년을 살아남아 21세기 책과 인터넷에 부활해 우리와 만나고 있다. 역사는 그러나 과거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취미로 그저 몇 자씩 끄적인 것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과거를 교훈 삼아 현재를 제대로 살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자는 선조들의 피나는 노력이 담겨 있다. 역사는 그렇게 ‘땀과 눈물의 피’로 쓰여 졌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세계사 개론서 같은 것을 찾다가 발견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북으로 읽어서인지 도표나 그림은 잘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짧은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길었지만,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어 제법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기원전 30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하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수메르 시대의 사고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희귀한 기록으로 19세기 고고학자들이 발굴했다. 여기에는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우룩을 다스린 왕 길가메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생명, 죽음, 사랑, 투쟁 등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두루 다루고 있다.

“ 지금부터 길가메시의 행적을 알리노라. 그는 모든 것을 알았고 세상 모든 나라를 알았던 왕이다. 슬기로웠으며, 신비로운 사실을 보았고, 신들만 알던 비밀을 알아냈고, 홍수 이전에 있던 세상에 대해 알려 주었도다. 그는 긴 여행 끝에 피곤하고 힘든 일에 지쳐 돌아와 쉬는 중에 이 모든 이야기를 돌 위에 새겼도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이 책을 읽다가 이 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다. 거의 최초의 이야기에 홍수이야기가 담겨있다니.. 하면서 말이다. 예전 아주 많은 고대 유적들에 대부분 홍수 이야기가 적혀있다는 것을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 자연스레 고고학이나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게 된다.

 

 

봉건제의 주군과 가신은 충성서약을 통해 자발적인 복종과 지배 관계를 성립시켰다. 피지배자는 기꺼이 지배자에게 종속됐다. 그러나 당사자가 동의했다 하여 그 계약이 늘 올바른 건 아니다. 지배자의 탐욕은 끝이 없고 불평등한 계약관계를 뒤집기에는 지배자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자신의 보호자를 구하는 것은 사회를 이루는 모든 인간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보호자를 찾자마자 불평등한 조건을 깨닫게 되며 그것이 벗어나기 어려운 덫임을 알게 된다. ‘봉건적’이라는 말의 부정적 의미 안에는 지배와 피지배로 점철된 인류 역사의 피치 못할 불평등관계가 담겨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프랑스의 주베르 중위는 사망 직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 인간은 미쳤다. 이 끔찍한 공포와 즐비한 시체를 보라. 지옥도 이렇게 끔찍할 순 없으리라.”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역사는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략한 이야기이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용하고 수탈하는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정말 수없이 많은 전쟁과 핍박들 그에 맞선 혁명들을 보자면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정말 악한 것만 가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힘이 생긴 자나 나라는 약한 자나 나라를 억누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게 수없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인류는 수없이 많은 실수를 그저 끊임없이 반복할 뿐이다. 점점 더 편리해진 세상으로 나아가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은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늘날도 힘 있는 자는 힘없는 자를 핍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정보교류가 빨라지며 대놓고 핍박하는 것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에 하는 것은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잘 견디어 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약자가 옳다는 건 아니다. 자신의 상황이 약하게 될 수밖에 없었기에 강자에게 덤비지 못하는 것이지, 그 약자가 강자의 위치에 있었다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결국, 사람의 마음에는 악이 가득할 뿐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살고있는 이 시대와 이 나라는 모든 인류 역사상 거의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것임은 틀림없다. 가장 풍요로운 시대이며, 가장 평화롭고, 가장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이렇게 책도 읽을 수 있고 원하는 정보도 찾아볼 수 있으며 아주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즐기며 내 생각도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니깐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는게 맞다.

 

그럼에도 아직 고쳐야 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수두룩하지만, 이렇게 역사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태어났으면 정말 끔찍하게 죽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된다. 평균수명이 20세이던 시대에 태어나거나, 노예로 태어나거나, 아무런 자유를 누리지 못한 시대에 태어났거나, 전쟁의 한가운데를 겪어야 했거나... 등등. 물론 그렇게 태어났다고 해서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에 불행하다는 생각을 못 가지고 죽었을 확률이 높지만, 그러한 무수히 많은 역사와 지금의 나의 상황을 비교하게 될 때 나는 아주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역사를 조금 더 알아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이렇게 책을 자유롭게 읽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