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 이부영

융의 분석심리학에 관한 책으로, 지은이 이부영이 3부작으로 쓴 책 중 1권에 해당한다. 아주 전문적으로 융의 분석심리학에 대해 파고 들어간다. 분석심리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분석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학문이다. 프로이트와 약간의 관점은 다르며, 인간의 무의식을 개인적, 집단적 무의식으로 나누는데, 이 집단적 무의식이라는 것이 매우 특이한 것이었다. 인간의 정신 중 무의식에 포함되는 것으로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가 있으며, 이 3가지에 대해 3부작으로 책을 썼다. 이 책은 이것 중 그림자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다.
우리가 대인관계에서 버럭 화부터 내는 것은 우리 무의식의 ‘아픈 곳’이 건드려졌기 때문이며 ‘아픈 곳’이란 곧 격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무의식의 콤플렉스인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반응을 일으킨다. 다만 무엇에 의해서 마음 속의 어떤 부분이 자극을 받느냐가 다를 뿐이다.
<그림자> 90p
꿈과 정신증상 속에서 그림자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기도 하며, 집단적 무의식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여러 나라의 민담, 신화 및 종교까지도 분석심리학을 통해 분석한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간 전체의 무의식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의 내용을 마음의 구조 속에서 탐구하고 무의식의 특징적인 내용들에 적절한 이름을 붙이고 그 내용을 의식화하는 자기실현의 과정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심적 사실이 중요하며 그것은 어떤 형이상학적 의미도 도덕적, 윤리적 색채도 없는 심리학적인 사실들이다. 다만 분석심리학은 인간이 자기 실현, 즉 전체정신을 실현하지 않을 때 노이로제와 같은 정신의 해리현상을 일으킬 수 있음을 발견했고 따라서 건강의 회복이란 곧 자기자신의 전체가 실현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자기실현의 잠재력이 그 마음의 핵심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자> 278p
위의 본문에 나오듯이, 분석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며 ‘악’에 해당하는 것을 ‘그림자’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분석심리학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그림자를 인식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음에 관해 설명한다. 이러한 분석심리학으로 여러 가지 대표 종교들을 분석하는데, 기독교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대표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삼위일체 사상에 대해 4위 1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서 추가된 위란 ‘그림자’ 즉 성경적으로는 사탄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자에 대해 인식함을 통해 자기실현 같은 기독교식으로의 ‘구원’에 이룰 수 있음으로 본다.
변증법에서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것은 이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 세계관은 창조, 타락, 구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분석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선과 악이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 것 같으나, 우리 마음속의 ‘악’에 대해 다루며 그것을 어떻게 ‘자기실현’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분석심리학은 불완전한 하나의 세계관으로 볼 수 있으며, 불완전한 하나의 종교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석심리학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 중 MBTI 같은 검사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의 성격에 대해 분석할 때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민담, 신화등을 분석하는 탁월함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읽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분석심리학이 주장하는 것들이 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더 깊게 파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분석할 수 있구나 하며 놀랄 수 있었으며, 이 학문을 반박할 만한 아주 새로운 혁신적인 체계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살아서 학문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