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인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 오카다 다카시

머욤 2020. 6. 4. 15:30

 

집을 나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일이 진정한 독립으로 달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큰 시련이 동반된다. 부모에게 지배받아온 사람일수록 그 과정이 어려운데, 그것을 극복해내지 않으면 진짜 자기 자신은 질식당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중 100p.

 

정신과 의사가 삶에 관해 철학적인 글들을 써놓은 책이다. 삶에 있어서 부모 자식 관계와 연인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 예시로 여러 작가와 철학가의 삶을 소개하고, 각 위인의 삶의 배경과 가족관계에 의해 이러한 가치관과 삶이 형성되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를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위의 글은 한 사람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이 정신과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글이다.

 

 

‘이래야 한다’고 사고하는 사람은 마음 어딘가에서 사람은 노력하면 매사 뜻대로 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생각한 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사람의 지혜와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하려는 사람일수록 실망해 의기를 잃기 쉽다. 오히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력해서 될 일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분간해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하려 해도 소용 없는 것에는 아득바득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중 105p.

 

삶을 살아가면서 높은 벽에 부딪힐 때, 이것은 극복하지 못할 벽이라고 여겨지는 일을 당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의 하나로, 반드시 극복해야 된다는 마음가짐 보다는 내가 못넘어설 수 있는 상황도 존재하구나 하는 수용적인 마음가짐도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올바른 것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중 231p.

 

이 작가의 글에 의 심리학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융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반드시 올바른 길만을 따르다 보면 정식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많은 위인의 예에서, 불륜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해나가는 것들을 많이 예로 드는데..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식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이런 고전적인 해방? 심리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파블로프의 개’는 조건반사의 예로 잘 알려진 현상이다.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벨 소리를 들려주면 어느 순간부터 벨 소리를 듣기만 해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 조건반사 조작에는 뒷이야기가 있는데 몸에 밴 조건반사는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원리는 아주 우연한 사건으로 발견되었다.

1924년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홍수가 덮쳤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실험실도 물난리가 났다. 거기에는 실험용 개들의 사육실도 있었다. 다행히 완전히 물에 잠기기 전에 간발의 차이로 개들을 구해낼 수 있었는데 실험을 재개해보니, 이미 획득한 조건반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조건반사 조작을 하자 이전처럼 조건반사가 일어났는데, 시험 삼아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재현하자 개가 보여야 할 반응 패턴이 사라졌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극한 상황에 처한 개는 성격까지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얌전했던 개가 거칠어졌고 거칠었던 개가 반대로 온순해졌다. 마치 마음이 뒤바뀐 것처럼 행동 양식이 역전한 것이다.

이 발견은 그 후 정치적, 군사적 의도로 ‘세뇌’나 ‘마인드컨트롤’이라 불리는 심리 조작에 응용되기도 한다. 그렇게 악용되는 것과는 별도로, 바닥 체험을 맛보았을 때 그 사람안에서 가치관의 역전이 일어나 다른 사람처럼 다시 태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이 발견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가치관이 역전하려면 이전 삶의 방식과 방법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절망은 매우 건설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절망하는 것으로 그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절망에서 벌어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근본적인 가치관까지도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중 260,261p.

 

흥미로운 글이었다. 교육학에서 매우 중요한 실험인 파블로프의 개에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다는 건 처음 들어보았다. 물론 동물의 교육이나 사람의 교육이 같다고 보진 않지만,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글로 보인다. 실제로 극한 상황에서 배우는 것은 평범하게 훈련,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과 다르게 취급해야 할 것 같다.

 

여러 위인들의 실제적 삶이 소개되고 그것에 대해 분석되어 있으며, 철학, 정신과학, 심리학이 맞물려서 글이 쓰여 있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되었던 책이었다. 물론 작가의 일관된 주장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지만, 여러 생각을 가지게 해준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