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이기주
그런 적당히 따듯한 말을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 ‘하나의 상처와 다른 상처가 포개지거나 맞닿을 때 우리가 지닌 상처의 모서리는 조금씩 닳아서 마모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상처의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지면 그 위에서 위로와 희망이라는 새순이 돋아나는 건지도 몰라.’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같다. 상대가 건네는 말에 맞장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물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그 언어의 물결에 진심을 실어서 보내면, 상대가 그걸 확인하는 순간 상처가 마모되거나 뭉툭해질 수도 있다. 그럼 날카로운 상처가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찌르지 않을 테고, 상대방은 전보다 덜 아파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비록 상처를 완벽히 지울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다.
<말의 품격> 중에서 |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 탄력성 resilience’ 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쳐진다.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말의 품격> 중에서 |
말에 대해 작가가 듣고 생각했던 것들을 챕터별로 정리해놓은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몇몇 부분에서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는 말을 잘하고 가볍게 하는 사람이 인기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과묵할 때가 많으며, 시시껄렁한 얘기를 잘 하지 않고, 이 책에서 나오듯이 small talk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과 관계 맺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게 된 작가의 글인데, 읽으면서 느낀 것은 small talk를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결심하게 된다. 나는 관심분야가 좁은 편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인 TV, 연예계 등이나, 내 주변 또래들이 관심 있는 게임, 스포츠, 돈, 정치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보니 시시껄렁한 주제에 있어서는 할 말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것들에 관심 가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small talk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예절을 차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아주 좁았기에, 그러한 방향 자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나를 벗어나 세상에 조금 관심 가지는 것도 필요한 것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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