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기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악의 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은 것이었겠지만 나에겐 폭력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수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따르지 않는 자에게 행해지는 폭력. 왜 안 따라? 설명해봐.

 언제나 설명은 나의 몫이었다. 그들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을 한 것이니까. 그들은 나에게만 설득력 있는 대답을 요구했다. 마치 자신들이 들어보고 허락할지 말지 정해주는 사람인 양.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며, 언제나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내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나도 좋아하고 그럼으로써 나도 내 주변에 소속되기를 원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르게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나는 에세이는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되어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예전에 서점에서 표지와 제목이 너무 눈에 띄어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이번에 읽게 되었다. 그림이 중간중간에 재밌게 그려져 있어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나는 열심히 쫓아가다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엎어진 사람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나만의 길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제부터는 마이 웨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낭비라 생각했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 뭘 했냐고? 고민했다. 그 긴 시간을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채웠다. 그것을 노력이라 착각하면서. 결국, 마음을 편하게 갖지 못하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들이 과연 내게도 좋을까?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실패할 확률이 낮다. 뭐랄까, 중간 이상은 한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에게 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요즘은 남들의 추천으로 택한 것들로 인해 내가 남들과 취향이 아주 다르고, 사람들 취향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검색을 한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다.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 도전하고 위험을 무릅쓰기 보단 실패하지 않을 검증된 ‘중간 이상’을 택한다. 그렇게 점점 내 생각이나 감각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고 퇴화하여 어느새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져 더는 ‘나’의 취향이나 감을 믿지 못하고 선택권을 ‘남’에게 넘겨버린 지금의 우리. 고작 식당 하나, 영화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패할까 봐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 인생은 오죽할까. 안전하다고 유혹하는 ‘남’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선택은 어쩌면 ‘고독한 실패가’의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면 적어도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사는 ‘남’의 인생을 살게 되진 않는다.

 모두가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갈 때 용기 있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의 인생을 살게 된다. 실패해도 좋다. 실패했을 땐 후회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남의 말만 듣고 우르르 몰려갔던 사람들 대부분도 후회하긴 마찬가지다. 안 그런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우리 모두는 모두 주변 사람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견과 기호에 매우 민감하여, 그들이 우리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도록 내버려 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는 길을 나 자신도 걸어가려 애쓰며, 그 길에서 벗어나면 불안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속하지 못하게 되면 나는 나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곧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모두 그런 불안감을 마음속에 안고 오늘 하루도 남과 비교하며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기대에 못 미치는 지금의 내 모습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꿈을 이뤄야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행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꿈이 뭐라고. 꿈을 이룬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루지 못해도 그만이다. ‘에이, 아쉽다’ 정도로 훌훌 털고 지금 주어진 삶에서 행복을 찾아 누리기에도 짧은 생이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해싿고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실패한 인생이란 없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형성해 놓은 인생의 교과서를 따라 살려고 애쓰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한 인생의 교과서가 정답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별종 취급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지은이는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서 그러한 인생의 교과서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미니멀리스트로 살게 되었지만, 이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라고 이 책을 통해 설득한다. 작가는 아직 그러한 별종의 삶을 살아간 지 몇 년 되지 않았기에 나는 그 종착역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는 작가의 그 용기에 매우 감명받았으며, 내가 살아가는 삶 자체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의 형태와 이유는 과연 어느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께 다시 묻게 된다.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갑자기 ccm 노래 '소원'의 가사가 떠올랐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