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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심리학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인간과 상황 : 사회 심리학의 전망>의 공저자인 리 로스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이 내면화된 고정적 기호나 믿음보다는 기후나 바람처럼 변하는 외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70p

 

심리학에서 유명한 책으로 알고 있다. 2004년쯤에 지어졌으며, 많이 들어보았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가 10개의 유명한 심리실험을 이야기식으로 풀어 쓰며, 직접 조사하거나 관련자와 인터뷰한 내용도 담겨져 있었다. 10편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은 그 어떤 실험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정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111p

 

이 실험은 사회적 책임은 집단의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밝혔던 실험인데, 이러한 것들이 적용되어서 실제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주변 인물 1인을 꼭 집어서 시키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이 이루어졌던 적도 있었다. 생각보다 우리의 상식에 벗어나는 인간 본성을 알아가면서 놀라게 된다.

 

 

페스팅거는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 이러한 페스팅거의 이론이 허무주의 우주관을 가진 사르트르나 자신이 부조리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카뮈 등과 같은 실존주의자들에게 전달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페스팅거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믿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157p

 

페스팅거는 우리가 불협화음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동인에 의한 것이라고 썼다. 우리는 평생 자신의 믿음과 일치되는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주변에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두며, 자신이 이미 저질러놓은 것을 의심케 하는 모순된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161p

 

대부분 우리의 삶이 이러지 않을까? 우리는 둘중 한 개를 선택해야 할 때 그것이 믿을만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이미 선택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그것에 맞춰 생각하고 합리화할 때도 많다. 진실에 상관없이 착각하며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의 연구는 마약 중독이 실은 자유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쥐든 인간이든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가 그것을 다시 내려놓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파이프를 다시 내려놓지 않고 파괴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파이프 안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인 본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처럼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 외에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세계에서 중독은 생활 방식의 한 전략이며, 그것은 인간이 만든 모든 전략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관심 이동과 기회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217p

 

마약중독의 문제는 더 복잡하다고 생각되는데, 이 세상이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면 분명히 마약에 의해 이득을 취할 수 없을 것이므로 중독될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특히 개개인이 느끼는 현실도 매우 다를 것이므로, 마약에 의해 이득을 취하는 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연구는 한계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현재 중독의 생리 기전에 대해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고도 들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맞지 않는 내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약보다 더 좋은 현실을 만들 수 있거나 현실을 그렇게 인식시킬 수 있다면, 이 실험은 의미가 있을 수 있어 보인다.

 

 

로프터스 교수는 우리에게 기억 이상의 것을 이야기해준다. 진정성에 관하여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그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녀는 어떤 포스트모더니스트 학자들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지적해주었다.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짜깁기된 모방물인지, 또 우리 모두가 얼마나 현실과 막연한 관계밖에 나눌 수 없는 이미지의 예술가들인기 말이다.

그녀는 우리를 존재론적인 심연 속에 던져넣었고, 우리는 그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교수는 뇌가 퇴화를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우리를 치매 환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녀의 세상에서는 기억이 부패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건이 뇌의 해마를 건드리자마자 기억은 붕괴하기 시작한다.

기억과 그 연약한 구조에 관한 교수의 관점은 그동안 굳건히 유지되어온 신경증에 대한 관념과 믿음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우리는 억압에 대한 프로이트의 연구를, 과거의 조각들을 투명한 캡슐 안에 간직하고 있다가 능숙한 언어 조작으로 그것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하지만 교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접근하는 것은 절반은 꿈이고 절반은 꾸며진 전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교수는 일거에 정신 분석의 아버지 프로이트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버렸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255,256p

 

그들은 자신이 지금 설명한 것이 옳다고 너무나 확신했다. 우리가 확신하는 것과 실제로 옳은 것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허술한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거짓 기억이 주관적 진실에 스며들어 혼돈의 세상에서 허구가 진실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 263p

 

이부분은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불완전한지에 대해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기억에 기반한 정신분석을 비판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심리학이라는데, 심리학에 대한 책을 읽어갈수록 인간의 실체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으며, 인간이 생각보다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어 가는 것 같다. 다소 씁쓸한 진실을 알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