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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공부법, 독서법, 교육학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EBS MEDIA, 정영미

 

 

이 책을 6년간 공부한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선 한꺼번에 읽지 않는다. 매 시간마다 조금씩 읽어 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에 주목하고, 이 단어의 쓰임새를 조사해 보고 동의어, 반대어를 찾는다. 단어 공부가 끝나면 단락의 의미에 주목한다. 단락을 읽고 그 단락의 제목을 붙여 보는데 이 과정에서 단락의 주제와 소재가 드러난다.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과 판단에 대한 토론도 이어진다. 주인공이 행한 일들은 가능한 한 직접 체험도 해 본다. 주인공의 상태가 파악되면 주제를 정해 글쓰기 수업도 진행한다.

 

그렇다. 하시모토 선생님의 슬로리딩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움직여야 가능한 수업이었다. 실제 교재는 소설책 한 권이었지만 6년간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수백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단어에 따라, 주제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학생들은 연관되는 수많은 책을 스스로 찾아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읽게 된 것이다. 교재는 한 권이었으나 공부의 폭과 넓이는 무한대로 넓혀지는 수업, 그것이 슬로리딩이었다.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42p

 

 

둘째로 슬로리딩 수업은 ‘생각하는 수업’이었다.

카이도 변호사는 지금도 당시 6년간 수업 시간에 썼던 감상문을 대부분 보관하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이 여자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대목이 나오자 ‘과연 여자 친구 때문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옳은가’라는 주제로 감상문을 썼고,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벌이는 중에 주인공이 일본은 반드시 진다라고 생각하는 대목이 나오자 ‘전쟁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이것은 단순히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소설책의 각 단락마다 제목을 정해야 했는데, 그것이 곧 주제어가 되곤 했다. 주제를 파악해 글을 읽고 나면 주인공의 입장이 되거나 주인공의 반대 입장이 되어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쓰기 수업이 가능하다.

카이도 변호사의 감상문은 그런 과정에서 쓰인 글이었다. 이런 과정은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학생들은 끊임없이 ‘왜 그랬을까?’,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만약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44p

 

 

새로운 책읽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넓혀 가는 책읽기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생각의 질, 생각의 양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 슬로리딩은 한 권의 책을 읽다가 질문이 생기면 바로 관련된 다른 책을 찾아 읽고, 거기서 궁금증이 생기면 또 다시 관련 책을 찾아 읽음으로써 독서의 파장이 무한대로 넓어지고, 지식이 깊이를 더해가는 독서방법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자세이다. 궁금한 것, 더 알고 싶은 것이 없다면 확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건 뭘까?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양한 질문이 필요한데 이 질문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공부하고 있는 책 제목에 질문을 던져 본다. 왜 이 책 제목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가’일까? 질문이 생기면 그 답을 찾는다. 그런데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 답을 해 줄 저자는 이미 고인이 된 상태이다. 인터넷을 뒤져도 마땅한 해설서를 찾기 어렵다. 그럼 내가 찾아볼까? 그렇다.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책 제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싱아’이다. 그래서 싱아가 무엇인지 찾아본다. 저자는 싱아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싱아를 좋아하고, 싱아를 무척 아꼈다는 뜻이다. 많은 나무 열매 중에서 왜 유독 싱아를 좋아했을까? 저자에게 싱아는 무슨 의미일까?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169p

 

 

이렇듯 묻고 답하고 다시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을 훈련하다 보면 책을 읽을 때 자세가 달라진다. 왜 그럴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건 뭘까? 이 사람은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질문은 결국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을까로 모인다.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궁금함을 묻고 궁금한 사항의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공부법이 익숙해지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궁금함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순 없기 때문이다. 답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책 속에서 발견한 생각의 단초는 결국 책 속에서 찾게 된다. 다른 여러 책을 통해 비교한 결과를 놓고 진정 이 답이 정답인가 고민하게 된다.

책과 책의 연결.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질문을 통한 선택적 독서의 연결이라면, 이것이 아주 이상적인 공부이다. 더욱이 이런 경우는 공부를 주체적으로 스스로 하게 되므로 그 효과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

생각이 파편으로 남아 있지 않고 순간에 떠오른 아이디어나 하나의 팁이 아니라 굵직한 논리와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려면 스스로 글로, 말로 정리해 내야 한다.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는 동안 또 한 번 그 생각은 다듬어지고, 오류가 정돈되고, 주장은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 질문이 첫 번째이고, 연결 독서가 두 번째라면, 세 번째는 정리 작업이다.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172p

 

 

예전에 EBS 다큐로 TV에서 보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평소 공부법 자체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매우 흥미 있게 보았는데, 그새 잊고 지내다가 도서관에서 발견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쓰인 책으로, 일본에서 아주 많은 리더를 배출해낸 어떤 중학교의 교사가 슬로리딩이라는 공부법을 가르쳤고, 그것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 속독법에 관한 책이 매우 많이 나오며, 하루 하루 아주 많은 책들과 정보들이 쏟아지는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말하는 슬로리딩이 다른 독서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라고 이 책에서는 소개하는데, 말 그대로 매우 느리게 읽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문단 한 문단 한 문단에 집중하며 뜯어보며 요약해보고, 작가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자기 생각과 비교해보며, 다른 주장은 존재할 수 없는지 찾아보며, 여러 가지를 질문해 보는 방법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를 연결 지으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장르를 넘나들게 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배운다는 것이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가지를 비교하면서 생각하다 보면 더 자세히 더 깊게 배우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흥미롭게 읽었으며, 이러한 슬로리딩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고 읽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이 정말 바람직하다고 결론이 날 경우, 내 나름대로 시도해보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