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공부법, 독서법, 교육학

공부머리 독서법 – 최승필

 

 

물론 초보 독서가에게 처음부터 이런 수준의 독서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됩니다. 재미있게 정독으로 읽기만 해도 기본적인 정서적, 상황적, 논리적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공부를 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숙련된 독서가가 되는 것입니다. ... 숙련된 독서가를 길러내는 것은 전 세계 교육 선진국들이 목표로 하는, 교육의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핀란드가 세계 1위 교육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나치리만큼 과한 독서교육 덕분입니다. 학교가 독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세계 0.2%의 인구로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30%를 배출하는 유대인 교육의 핵심도 독서와 토론입니다. ... 이 모든 교육적 노력의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길러낼 수 있는가.

<공부머리 독서법>

 

우리가 일에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을 놀이처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놀이는 자발적이지만 대부분의 일은 비자발적입니다. 타인에 의해 수행해야 할 범위와 목적이 규정될 때, 그 범위와 목적에 동의할 수 없을 때, 일은 괴롭고 지겨운 것이 되고 맙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책은 생각의 도구입니다. 책 속에는 작가의 정교한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독자는 책 속에 담긴 그 생각을 따라가며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대입해봅니다. 그 과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가 크면 클수록 독자는 큰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 책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도구인데,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천재는 책을 통해 성장하기가 어렵습니다. 타고난 능력탓에 나쁜 독서 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속독능력은 천부적 재능의 치명적인 약점 내지는 부작용인 셈입니다. 속독을 습득하는 것은 남의 부작용을 애써 얻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저는 아이가 어린 시절에 몸으로 체화해야 할 단 하나의 지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든 지식은 원인과 결과의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왜?’라고 물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아이가 갖출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지식의 구조를 내면화하지 못한 아이, ‘왜?’라고 물을 수 없는 아이는 지식을 다루는 방법을 모릅니다. 지식을 만나면 그냥 외웁니다. 주야장천 정보만 입수하는 겁니다. 이렇게 입수한 정보는 맥락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호기심은 아이가 세상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학습은 정반대입니다. 호기심은 아이에게서 나오지만, 학습은 외부에서 들어옵니다. 호기심은 능동적이고, 학습은 수용적입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슬로리딩은 이렇게 이야기의 요소요소를 깊이 사색하는 독서입니다. 책을 읽다가 멈춰서는 순간이 많은 독서지요. 슬로리딩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왜 이 인물은 이런 직업을 가졌을까?’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이치에 맞게 찾아내는 것. 이 과정에서 아이의 사고력이, 언어능력이, 상징을 읽는 눈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읽으면서 많이 놀랐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으며, 뭔가 속 시원한 책이었다. 내가 궁금해하던 부분들이 알차게 들어가 있었으며, 작가가 주장하는 내용도 거의 논리적이었고 자료를 근거로 든 것도 많았으며, 내 경험적인 부분과도 일치되는 것이 많았다.

 

나는 평소에 공부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중고등학교 시절 정도부터 해서 지속해서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수학을 매우 잘했었고, 언어와 영어 성적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이과생이었는데, 언어와 영어 성적을 향상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도를 해 보았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재수를 하면서 언어와 영어 공부만 했는데도 성적이 전혀 안 올랐었는데,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언어능력을 향상하는 데 가장 필요한 독서를 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책의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친구들 중 언어와 영어는 항상 100점이 나왔으나, 수학 성적이 아무리 해도 안 오르는 경우를 정말 아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 수학능력평가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수학 및 언어이며, 이 두 분야가 다루는 재능이나 능력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이 책의 작가는 언어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독서를 하면 수학 점수도 자연히 오른다고 주장하지만.

 

독서가 티비, 영상, 강의같은 것보다 중요한 이유는 조금 더 자기주도적일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성적을 올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동적이기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독서를 하는 것이 조금 더 자기 주도적이기에, 언어능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독서를 통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는 하다가 멈출 수 있으며, 독자 스스로 멈추어서 생각을 해 볼 수 있지만, 영상이나 강의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아는 부분과 상관없이 진행되기에 좀 더 수동적으로 되며, 자기 생각이 개입할 수 있는 시간도 마음대로 할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이 비문학보다 중요한 이유도, 비문학은 강의와 비슷하게 지식을 전달하고 나열하는 데 목적이 있기에, 독자 자신과의 연관성이 감소하여, 조금 더 자기 자신이 연관될 가능성이 줄어들기에, 문학이 언어능력을 기르는 데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문학은 독자 자신의 삶과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육학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자기 주도성이 중요하다면, 이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호기심이라는 것도 궁금해진다.

 

이 책은 주로 학부모를 위해 쓰이긴 했지만, 독서와 공부에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