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추가로 보여준다. 바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판단하기 직전에 던진 질문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주된 프레임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바로 직전에 던지는 질문은 어떤 것일까? 당연히 평소에 자주 던지는 질문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 데이트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면, 어느 순간에든 그 사람이 던지는 질문을 조사해도 역시 데이트 관련 질문일 가능성이 높다. 돈에 관한 질문을 자주 던지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느 순간에 던지는 질문 역시 돈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에 자신이 자주 던지는 질문을 점검해야 한다. 자기 삶에 대한 평가가 시시하다면 내가 시시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질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 더 나은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부터 점검해야 한다.
<프레임> 44p
이 책은 ‘프레임’이라는 용어에 대해 쓴 책으로, 이 책에서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향해 쓴 안경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 프레임이라는 안경을 가지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며 살기에 우리의 인지와 사고의 모든 과정이 프레임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예전 ‘가끔은 제정신’ 이라는 책에서 사람이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쓰여 있었는데, 그와 비슷하게 이 책도 인지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쓰여 있다.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TV로 인해 생긴 프레임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각에서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인다.
- 첫째,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세상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둘째,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사람들을 덜 신뢰한다.
- 셋째, TV를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세상에 대해 음모론적인 시각을 갖기 쉽다.
- 넷째, TV를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강하다.
<프레임> 58p
대중매체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프레임은 매우 강력하다. 위의 본문은 뉴스 같은 것을 통해 사람들이 경계심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요즈음은 인터넷 및 SNS를 통한 영향도 막강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영향을 자기도 모르게 받아가기에, 행복과 전혀 관계없는 돈과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제 그 CCTV 스위치를 꺼버려야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프레임> 131p
정신병리학자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자기 자신과 관련시켜 해석하는 경향이야말로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범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많은 심리학 연구들은 ‘자기’에 대한 지나친 생각이 남들과 자기 자신을 자주 비교하게 만들고 결국 행복을 저하시킨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자기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창구가 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지혜는 우리에게 이런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내는 한계 앞에 철저하게 겸허해질 것을 요구한다.
<프레임> 136p
이런 점에서 ‘몰입’의 상태가 행복과 성취를 가져온다고 한다. 자아라는 것 자체가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이겠지만, 이것 자체에 너무 집중하게 될 때 그것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저주일 수 있는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에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확신을 지금보다 더욱 줄여야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내가 진짜 알았을까?’라고 솔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어?’라고 아랫사람을 문책하기 전에 ‘정말 나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라고 다시 자문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프레임> 197p
어른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도 지금처럼 절제력이 있고 책인감이 강했다고 잘못 회상한다. 자신의 완벽한 과거 모습과 비교하면 현재 젊은이들이 부족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조지 베일런트의 다음 지적은 참으로 적절해 보인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나면, 자신은 처음부터 작은 나비였다고 주장하게 된다. 성숙의 과정이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다. 이런 말처럼 근거 없는 표현도 없다. 자녀에게, 젊은 학생들에게, 아랫사람에게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저 나이 때 난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정말 그랬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프레임> 200p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은 “내가 내린 선택이나 결정이 절대적으로 최선의 것인가, 아니면 프레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선택되어진 것인가?”이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이다.
자신의 선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현상 유지적일 때, 소심한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그 선택이 어떻게 프레임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단 사놓고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반환하지’라는 생각으로 충동구매를 반복하는 사람도 자신의 ‘헤픈’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손님, 일단 사 가셨다가 맘에 안 들면 언제든 가져오세요!”라고 속삭이는 판매자의 친절함 속에 숨겨져 있는 교묘한 프레임을 발견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적 선택은 총성없는 프레임 전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프레임> 269p
남들과의 횡적인 비교보다는 과거 자신과의 비교 혹은 미래의 자신과의 종적인 비교가 하나의 대안이 된다. 과거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상의 비교가, 남들과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결론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남들과의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 다른 사람들보다 물질적으로 더 잘 사는 것이 주는 일시적인 만족보다는, ‘최선의 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프레임> 280p
불안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액세서리들을 줄여야 한다. 자신의 문장에서 불필요한 수식어들을 줄여가는 과정과 자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장식물들을 줄여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둘 다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내 삶에서 줄여야 할 인생의 부사들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인생의 부사를 꼽아본다면, ‘소유물’과 ‘타인의 시선’이다. 적정선을 넘게 되면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 ‘보물섬’의 작가 스티븐슨이 말했듯이 세상이 나에게 제시해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우리의 영혼을 살아 있게 한다. 부사를 줄이는 작업이란 바로 그런 일이다.
작가의 프레임으로 인생을 바라보면 삶의 매 순간이 문장이다. 문장이 살아 있어야 삶에 생명력이 있다. 글과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이지, 부사가 아니다.
<프레임> 294p
어떠한 설문 및 질문조차도 단어 하나하나에 교묘한 ‘프레임’이 숨어있을 수 있으며, 객관적인 듯 말하는 논문, 통계자료, 실험결과 들도 설계한 사람의 의도된 전략이 숨어있을 수 있으므로 그런 것들에 대해 의심해보는 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날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며 날마다 패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프레임’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되었으며, 삶을 살아감에 있어 뭔가가 이상하거나 잘못되어 간다고 느낄 때 ‘프레임’의 영향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념 한 개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쓰여있어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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